책 리뷰 좀머씨 이야기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본 세상과의 단절된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 는 주인공 ‘나’의 유년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성장소설이다.그런데 그 시절이라는 게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아버지의 실직 후 가세가 기울어 온 가족이 힘든 시기를 겪어야 했고, 그로 인해 가정불화마저 일어난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누나와 형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결국 둘 다 가출한다. “모든게 끝장이야”라고 되뇌이는 좀머 아저씨 역시 그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그것은 바로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려는 좀머 아저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하고....... 작은 마을에서 이웃 사람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 이후 주위 모든 것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버린다.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단 한 명의 친구였던 ‘이웃집 아저씨’마저 죽음으로써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린 나는 삶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히 버텨낸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비로소 그때의 일들은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성인이 된 내가 바라본 당시의 상황은 분명 비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삶은 언제나 행복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들을 통해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인생이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바로 작중 화자가 바라보는 인생관과도 맞닿아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살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해하며 미래보다는 현재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마치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처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또는 한창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러한 고민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있어서 과연 앞으로의 시간 동안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그 이유는 단순히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나 외적인 화려함 보다는 비록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지라도 자신만의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지치고 힘든 상태라면 혹은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다고 느낀다면 좀머 씨처럼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