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 호밀밭의 파수꾼 by J.D. 샐린저,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위로
학교 다닐 때 읽었던 ‘호밀밭의 파수꾼’ 을 20년 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너무 어렸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그 시절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 홀든 콜필드에게 많은 공감이 갔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다시 한 번 더 읽으면서 왜 그토록 명작인지 알게 되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데 퇴학을 당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아마도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잘 표현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유명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제목 또한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내용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단편소설 「The Catcher in the Rye」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절벽 끝 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어린 ̋아이들 ̋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작가 샐린저는 청소년기에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 또는 소녀 중 한명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여동생 피비와의 대화나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마지막 동생 피비마저 떠나보내며 홀로 남게 되는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즉 , 호밀밭의 파수꾼은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책 제목 그대로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소재 자체가 신선했다. 즉 작가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책제목에 담은 것이다.작가는 실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소설 초반부까지만 해도 그저 방황하는 청소년의 성장소설로만 여겨졌다. 만일 독자들에게 이렇게 읽혔다면 어쩌면 꽤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내 어린 시절 추억까지도 새록새록 떠올랐다.아마도 우리 모두 학창시절 한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나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살고 싶은 욕구를 느껴봤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또 등장인물 중 순수함을 상징하는 여동생 피비와의 대화 장면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동생 앨리슨과의 대화장면인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요즘 주변에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이나 학생 본인조차 제대로 된 소통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인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인생책이자 고전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만약 누군가 내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