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봉순이 언니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 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주인공 짱아라는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엄마 아빠 모두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짱아는 혼자서 밥을 챙겨 먹어야 했고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어지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봉순이 언니였고 새엄마였던 것이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했던 짱아는 곧 친동생처럼 봉순이 언니를 따르게 되었다.어쩌면 자신에게 늘 잘해주는 봉순이 언니 덕분에 짱아가 스스로 잘 자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짱아가 스스로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없는 동안 말이다.
소설이지만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가사 노동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엄마 대신 청소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이런 역할 부여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또한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기란 불가능하므로 실수하거나 잘못할 때마다 혼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자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집안일을 도와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춘기 이전의 아동이나 청소년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고 스스로 결정하며 그 과정 속에서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 돕고 협력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최소한 한 명 정도는 전담해서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이때 무작정 “엄마 힘드니까 너가 해라”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 도울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자녀 입장에서도 훨씬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 자체를 꺼린다. 혹여 잘 못할까봐 혹은 나중에 커서 오히려 엄마 아빠를 원망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 당장 못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무조건 시킨다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를 통해 먼저 올바른 역할분담 및 교육법을 익혀보자. 그렇게 하면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책임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가 더 많이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아이들이 나눠서 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커서도 자발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