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지난 주말 교보문고에 가서 눈에 띄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바로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이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 듯한 이름이었는데 알고보니 우리나라 근현대사 관련 도서였다. 역사책도 좋아하고 평소 관심있던 분야여서 주저없이 구매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 후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밌게 읽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시대인데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당시 사회상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까지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럼 나처럼 한국 근대사에 관심이 있거나 흥미로운 옛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은 필독하길 바란다.
소설가인 박완서 선생님께서 쓰신 작품 가운데 하나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느낀 점을 써보고자 한다. 우선 첫 장을 펼쳤을 때 깜짝 놀랐다. 무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개성이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어린 소녀의 성장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내용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더욱이 작가는 6.25 전쟁 직후 미군 부대 근처 기지촌 풍경이라든가 박정희 정권하의 산업화 및 도시화 정책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글을 풀어나갔다. 덕분에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오빠로부터 들은 할아버지의 죽음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주인공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주인공에게 갑자기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가난이 닥쳐온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부모님마저 이혼하게 된다. 결국 큰오빠네 집에 얹혀살게 된 주인공은 학교에서도 소외되고 만다. 그런 그녀 앞에 우연히 한 남자아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둘은 서로 좋아하게 되고 마음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이는 바로 자신의 친오빠였다. 물론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설정이긴 하다. 그로 인해 충격 받은 엄마가 가출하자 남겨진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주인공은 학교 대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자연을 벗삼아 지내게 된다. 물론 그곳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우정을 쌓기도 했고 첫사랑 경험도 하게 된다. 이렇게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는 훗날 대학생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곤 우연히 동네 어른으로부터 아버지의 행적을 듣게 되고 마침내 어머니와도 재회하게 된다. 마지막엔 그토록 그리워하던 할머니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 모르겠다. 그저 막막할 뿐이다. 아마도 지금 세대에겐 생소한 광경이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간만에 좋은 작품을 읽게 되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