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리뷰 괭이부리말 아이들

파아아란하늘 2023. 1. 8. 00:50

200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였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책을 알고 있는가? 나는 20살 때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가 감동받았던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예를 들자면 영호네 가족처럼 돈이 없어 추운 겨울날 밖에서 자게 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한다. 그리고 숙자네 가족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며 엄마에게 짜증 한번 내지 않는 착한 딸 은숙이 같은 인물들을 보면서 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라면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저런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까? 나도 저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처음 읽었을 때만큼의 감동은 없겠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바로 주인공 숙희다. 그녀는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동준이를 보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면서도 사랑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마도 이기심 가득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성숙한 어른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상대방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작년 겨울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와 함께 고민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입사한지 3개월 밖에 안됐는데 벌써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상사한테 혼나는 건 기본이고 매일 야근하느라 집에 못 들어가는 바람에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탓에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했다. 듣다 보니 정말이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한테까지 털어놓았을까 싶었다.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조심스레 한마디 건넸다. “너 혹시 괭이부리말 아이들 읽어봤어?” 그러자 친구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갑자기 웬 소설책이야?” 그러더니 이내 곧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 지금 그거 읽고 있어. 근데 진짜 슬프더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막 나와.”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다.